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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리를 굽어보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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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리를 굽어보면...

INHO KIM 2009. 11. 11. 17:48
겨우내 얼었던 땅이 풀리고 하루가 다르게 햇살이 따사로와 지면 누구나가 하루쯤 도시밖으로 나가 자연을 대하고 싶어진다. 이러한 마음으로 이루어지는 데이트코스중 가장 각광받고 있는 곳이 북한강변. 그 중에서도 양수리 주변은 빼놓을 없는 데이트코스이다.
특히 두 개의 물줄기가 만나 올곶은 한강이 되는 두물머리는 몇 년전에 방영되었던 주말드라마 첫사랑에서 찬혁과 효경이가 몰래데이트를 즐기던 곳이어서 지금도 뭇 연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철 이른 봄기운을 북한강에서 느껴보자.

 

여행의 시작은 팔당대교를 건너면서 부터다. 가녀린 안개들이 아침 햇살에 채 기운을 펴보지도 못하고 사그라 들고 있다. 멀리로 팔당댐의 위용이 모습을 들어낼 즈음, 오른쪽으로 능내가는 길이 나온다. 계속해서 양평으로 가는 잘 뚫린 도로를 따라가도 될 일을 굳이 힘들여 가며 능내길을 따라 나왔다. 적당히 굴국도 있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도로가 드라이브의 재미를 더하기도 하고 팔당호변을 끼고 달리는 기분이 남달라서다. 팔당댐을 지나 조금가면 영화 편지에 나왔다던 능내역. 조용하던 시골역 주변엔 수많은 민박들과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다. 대중매체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능내역을 지나고 기찻길 아래를 나서면 오른쪽으로 약용의 묘가 있는 마현마을이다. 북한강의 전형적인 풍경을 느끼고 볼 수 있는 강마을이다. 행여 운무라도 자욱할 때면 흡사 미색의 화선지에 먹물을 뿌려놓은 산수화의 한폭이다. 그 잔잔한 풍경에 개구쟁이 애들이 던지는 작은 돌에도 멀리멀리 퍼져나가는 물결무늬가 어느새 산수화의 화폭을 수채화의 한 장면으로 바꾸어 놓는다.

마현마을을 떠나 양평길로 조금 더 가면 작은 검문소가 버티어 선 다리앞에 이른다. 다리를 건너면 그제사 양수리.우선 양수리쪽을 버리고 대성리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달려들면 양쪽으로 철이른 딸기가 길가에 줄지어 나와 있다. 뿐만아니라 북한강을 배경으로 이름난 라이브 카페들이 줄줄이 괜찮은 곳들을 한자리씩 꽤 차고 앉아 있고, 중간에 한국 영화의 산실이 되고 있는 종합 영화촬영소가 나온다. jsa에서 나왔던 판문점의 실제 모습과 신장개업에서 보았던 60넌대 소도시의 거리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 영화촬영소에서 길을 돌려 조금만 내려오면 진중리다. 이번 여행의 주목적지인 수종사의 들머리가 되는 곳이다.

 

진중리를 지나면서 오른쪽으로 난 소로길로 접어들면 마을 앞에 차 몇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수종사 문턱까지 차를 가지고 올라 갈 수도 있지만, 산에 온 재미도 느낄 겸 다른 여행객들에게 주는 피해도 줄일 겸 마을앞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 보길 권한다. 시멘트로 포장된 산길을 따라 이리저리 굽이쳐 오르다 보면 어느새 수종사다. 중간중간 만들어놓은 공터에서 뒤을 돌아보며 북한강이 점점 발아래로 낮아져 가는 것을 가늠해 보는 것도 이곳만의 재미거리다.

적당히 등에 땀이 맺히고 가쁜 숨이 가슴을 답답하게 할 즈음 수종사를 알리는 간이매점이 눈앞에 나타난다. 다른 절 어디에나 있는 그 흔한 일주문이나 사천왕문도 하나 없이 절과는 한참을 떨어져 길손을 반기는 석불의 어깨너머로 수종사의 자태가 여럼풋이 보이는 게 인상적이다. 돌계단을 올라 수종사 앞마당에 서고 나서야 비로소 이 길을 왜 올라와야 했나를 깨닫게 된다. 발밑으로 펼쳐진 두물머리, 언제 그런게 있었나 싶은 강 속의 섬들. 자신의 눈높이에서 강마을을 비추는 햇살이 강물에 반사되어 투명한 먼지처럼 눈앞을 어지럽히는 풍경이란.....32년만에 가장 많이 왔다는 눈 탓에 여태껏 수종사는 눈속에 묻혀 있었지만, 내려다 보이는 북한강의 자태는 서울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장면 중 하나라 할만하다.

옛날 서거정이 이곳에 올랐다가 동방 사찰 중 제일의 경관이라고 격찬해 마지 않았다는 말이 헛말은 아니었구나 싶어진다. 겨우 한시간여를 걸어서 이만한 풍광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으랴 . 큰 산에서나 볼 수 있는 산군들과 굽이굽이 산사이를 가르는 물줄기의 모습을 보기란 쉽지 않은 터다.

 

겨우 서너개의 행랑채가 나란히 서 있는 수종사는 그 규모에 비해서 내력은 상당하다고 전해진다. 조선의 7대 임금인 세조가 금강산을 다녀오다가 이곳 양수리에서 날이 저물어 하루를 머물게 되었단다. 해가 저물고 세상이 고요한데 난데없이 은은한 종소리가 산에서 울리더란다. 급기야 사람을 시켜 찾아보니, 바로 이곳 수종사의 자리에 작은 굴이 있었고, 그 굴속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종소리처럼 청아하고 넓게 울렸을 뿐 아니라 그 속에는 16나한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세조는 이 일을 길조로 여기고 절을 짓고 친히 은행나무 두 그루를 심었다고 전한다.

수종사라는 절의 이름도 바로 이에 기인한다. 지금은 굴은 오간데 없고 약사전 바로 아래 작은 옹달샘으로 흔적만을 간직하고 있을 따름이지만, 세조가 심었다는 은행나무는 500년의 수령을 자랑삼으며 북한강을 내려다 보고 있다. 눈 아래 펼쳐진 그림들을 충분히 감상했다면 이제 대웅전주변을 살펴보자. 팔각오층석탑이 퍽이나 아름답다는 걸 눈치채지 못할 이는 없을 게다. 흡사 오대산 월정사의 8 9층 석탑을 축소해 옮겨다 놓은 형상이다. 또하나 대웅전의 문살을 눈 여겨 볼일이다. 단청의 빛이 바래고 문고리엔 까만 녹이 슬어 얼핏 볼품없어 보이지만, 꽃을 수놓은 듯 정교하고 단아한 모습이 문살로서는 가장아름답다는 내소사의 문살에 버금간다. 수종사에서 내려와서는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하루 여행을 마감해 보아도 좋다. 강가에 선 큰 느티나무와 황포돗배. 발밑에서 찰싹이는 물결이 저무는 햇살에 눈을 부시게 한다. 붉게 물드는 노을이라도 강변에서 보게 된다면 더없는 행운이겠고......


찾아가는 길

*
대중교통 이용시

1.
청량리에서 양수리까지 운행하는 8번이나 166번시내버스를 이용해서 바로 약국 앞에 내리면 된다.
2.
청량리역-> 양수역 ->도보 15

*
자가용 이용시

1.
팔당대교->양평방향->신양수대교앞에서 서울영화촬영소방향->구양수대교->양수리시내->약국앞 삼거리->우회전->두물머리
2.
팔당대교-> 양평방향->신양수대교->양수리방향으로 나옴->고가 및 u->양수리시내->약국앞 삼거리->좌회전->두물머리
3.
광주,퇴촌.여주,곤지암->양근대교->좌회전->서울방향->양수리